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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호텔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열쇠를 샀다.
열쇠는 정교했고, 반짝였고, 작은 구멍에도 들어갔다. 무엇보다 아주 비쌌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열쇠값을 감당하려면 많은 문을 열어야 했다. 손잡이만 돌리면 되는 문도 황금 열쇠를 거쳤다. 호텔은 최신 열쇠로 문을 연다고 광고했고, 손님들은 비싼 열쇠로 열린 문 뒤에는 최고의 방이 기다릴 것이라고 믿었다.
문에 남은 자국은 작았다.
계산서에 남은 숫자는 컸다.
로봇 수술도 가끔 이 황금 열쇠와 닮아 있다.
물론 어떤 문은 그 열쇠로 훨씬 잘 열린다. 좁은 공간에서 정교한 조작이 필요하거나, 수술자의 시야와 기구 움직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로봇은 분명 유용한 수술 도구다.
문제는 모든 문이 그 열쇠를 기다리는 자물쇠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진료실에서 수술 방법을 설명할 때 의사는 종이에 배를 그린다. 한쪽에는 긴 선을 긋고, 다른 쪽에는 점 몇 개를 찍는다.
“로봇으로 하면 흉터가 이 정도입니다.”
설명은 사실상 그 순간 끝난다.
환자의 눈은 수술 결과도, 합병증도, 의사의 숙련도도 아니라 종이 위의 점들에 머문다. 긴 선은 낡고 거칠어 보인다. 작은 점은 미래처럼 보인다.
사람은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없다.
대신 피부에 남을 흔적을 본다.
흉터가 작으면 수술도 작을 것 같고, 통증도 적을 것 같고, 회복도 빠를 것 같다. 무엇보다 더 잘 선택한 것 같다.
하지만 작은 구멍으로 했다고 수술의 의미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를 자르고, 조직을 떼고, 혈관을 묶고, 마취에서 깨어나는 일은 그대로 남는다. 피부의 상처는 줄어들 수 있지만, 몸 안에서 벌어진 사건까지 점 몇 개로 축소되지는 않는다.
흉터는 작아졌다.
수술이 작아진 것은 아니다.
로봇 수술의 가격은 이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비싼 수술은 더 정교할 것 같다. 더 정교한 수술은 더 안전할 것 같다. 돈을 더 냈으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에게 비용 비교는 차분한 소비자의 계산이 아니다.
“돈은 생각하지 마세요. 제일 좋은 걸로 해주세요.”
이 말은 부유함보다 두려움에 가깝다.
가족은 최고의 수술을 사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중에 결과가 나빴을 때 “돈을 아끼느라 덜 좋은 방법을 선택했다”는 죄책감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비싼 선택은 치료법인 동시에 면죄부가 된다.
최첨단이라는 단어는 이런 순간에 강하다. 설명이 부족해도 알아서 빛난다. 로봇, 정밀, 최소침습, 고해상도, 첨단 장비. 어느 것 하나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그 단어들이 한 줄로 늘어서면 질문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환자에게 정말 더 나은가.
기존 수술과 결과 차이가 얼마나 나는가.
의사는 이 수술에 얼마나 숙련되어 있는가.
비용 차이만큼의 이득이 있는가.
이 질문들이 설명의 중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암이라는 단어를 들은 직후에는 비교보다 안심이 급하다. 질문보다 동의가 쉽고, 동의보다 결제가 빠르다.
병원에도 사정은 있다.
로봇 수술 장비는 비싸다. 공간이 필요하고, 유지비가 들고, 전용 기구도 계속 사용해야 한다. 의료진은 훈련을 받아야 하고, 병원은 투자한 장비를 놀릴 수 없다.
고가의 장비는 수술실 구석에서 조용히 감가상각되지 않는다.
병원 홈페이지 첫 화면으로 올라간다. 외벽 현수막에 인쇄된다. 건강강좌의 제목이 되고, 홍보 영상 속에서 천천히 회전한다. 병원의 첨단성을 증명하는 금속성 성물이 된다.
병원은 로봇을 샀다.
이제 로봇에게 수술할 환자가 필요하다.
2020년 《JAMA Network Open》에 실린 연구는 미국 73개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 16만 9천여 명을 분석했다. 병원이 로봇 수술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첫 4년 동안 로봇 수술 비율은 8.8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그전까지 늘어나던 기존 복강경 수술은 로봇 도입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환자들의 몸이 갑자기 로봇에 더 잘 맞게 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변한 것은 병원의 수술실이었다.
물론 이 연구만으로 불필요한 수술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새 기술이 실제로 더 적합한 환자도 있었을 것이고, 로봇 수술에 익숙해진 의사들이 적용 범위를 넓힌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가 장비의 도입이 중립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은 남는다. 장비는 공간을 차지하고, 유지비를 요구하고, 의료진을 훈련시키고, 사용될수록 익숙해진다. 병원은 투자한 장비를 놀릴 수 없고, 의사는 익힌 기술을 쓰고 싶으며, 환자는 최신 장비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모두의 욕망은 대체로 선하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병원은 더 좋은 장비를 들이고, 의사는 새 기술을 익히고, 환자는 더 비싼 방법을 선택한다. 누구도 노골적으로 속이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기술이 적응증보다 앞서 걷는다.
로봇이 필요해서 산 것인지, 사고 나서 필요해진 것인지는 장부에 적히지 않는다.
로봇은 수술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기계가 들어왔다고 인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 것도 인간이고, 기계를 조작하는 것도 인간이며, 합병증을 판단하고 수습하는 것도 인간이다.
기계는 사람의 손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의 판단까지 자동으로 현명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광고 속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결과가 좋으면 로봇의 정밀함 덕분이다. 결과가 나쁘면 환자의 상태가 어려웠거나 수술자의 숙련도가 부족했던 탓이다.
로봇은 홍보할 때는 주인공이고, 책임질 때는 도구가 된다.
환자는 작은 흉터를 얻고, 병원은 첨단 이미지를 얻는다. 회사는 기구 사용료를 얻고, 가족은 최선을 다했다는 문장을 얻는다.
각자 손에 쥔 것이 있다.
다만 그것이 언제나 더 나은 수술 결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새로운 기술은 오래된 기술보다 좋아 보인다. 비싼 기술은 싼 기술보다 믿음직해 보인다. 눈에 보이는 작은 흉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근거보다 강하다.
그래서 황금 열쇠는 계속 팔린다.
문을 더 잘 열어서일 때도 있다.
황금이기 때문일 때도 있다.
1. Sheetz KH, Claflin J, Dimick JB. Trends in the Adoption of Robotic Surgery for Common Surgical Procedures. JAMA Netw Open. 2020;3(1):e1918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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