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영양제를 먹지 않는다

소위 '뇌영양제'라는 것은 이상한 물건이다. 이름부터 그렇다. 간은 피곤하고, 장은 예민하고, 눈은 침침하고, 관절은 삐걱거리고, 이제는 뇌까지 관리 대상이 되었다. 어느 날부터 인간은 부위별 구독 상품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깜빡깜빡해서요.”
“집중이 잘 안 돼서요.”
“부모님이 걱정돼서요.”
“미리 먹어두면 좋지 않을까요?”

이 말들에는 대개 거짓이 없다. 실제로 우리는 깜빡한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휴대폰을 들고 휴대폰을 찾고, 냉장고 문을 열어 놓고 왜 열었는지 잊는다. 책 한 페이지를 읽는 동안 알림은 세 번 울리고, 머리는 다섯 번 딴 데로 간다. 부모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은 농담으로 넘기기 어렵다. 불안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문제는 그 불안이 너무 쉽게 상품의 언어로 번역된다는 데 있다.

‘뇌영양제’라는 말은 엄밀한 의학 용어가 아니다. 건강기능식품부터 처방약까지, 뇌에 좋다는 말로 팔리고 소비되는 것들을 대충 한 바구니에 넣는 생활어에 가깝다. 그 바구니 안에서 오래 빛나던 이름 중 하나가 콜린 알포세레이트다. 병원과 약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뇌대사개선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렸다. 이름만 들으면 뇌 안 어딘가에 막힌 공장이 있고, 알약 하나가 그 공장의 전원을 다시 켜줄 것 같다. 기억이 흐릿해지는 사람에게, 보호자에게, 의사에게도 이 약은 한동안 아주 편리한 물건이었다.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리한 약과 확실한 약은 다르다. 한국에서 콜린 알포세레이트는 2019년 청구액이 3,525억 원, 대상 환자가 185만 명에 이를 만큼 크게 쓰였고, 정부 재평가 과정에서는 “임상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우선 평가 대상이 되었다. 재평가의 결론은 차가웠다. 치매 관련 질환에는 급여를 유지하되, 그 밖의 사용에는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미흡하다고 보아 본인부담률 80%의 선별급여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고시는 소송으로 멈춰 있다가 2025년 9월 서울고등법원의 집행정지 기각 이후 2025년 9월 21일부터 적용되었다.

물론 이 약이 모든 상황에서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치매 관련 일부 영역에서는 제한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다만 “깜빡거림”, “경도인지장애”, “치매 예방” 같은 넓고 흐릿한 불안에 까지 약의 이미지를 늘려 쓰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2024년 국내 다기관 관찰 연구에서도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콜린 알포세레이트 사용은 전체 치매나 알츠하이머 치매로의 진행 감소와 관련이 없었다. 연구의 결론은 간단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콜린 알포세레이트 사용이 치매 진행을 줄인다는 뚜렷한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광고의 언어는 대개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효과는 제한적이고, 대상은 좁고, 기대는 줄이십시오.”
이런 문장은 팔리지 않는다.

대신 시장은 더 부드럽게 말한다. 뇌 건강. 부모님 선물. 기억력 관리. 두뇌 영양. 단어들은 의학과 효도의 중간쯤에 앉아 있다. 소비자는 그 앞에서 잠깐 멈춘다. 성분을 본다. 가격을 본다. 후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누군가를 생각한다. 부모, 배우자, 자신. 조금 더 또렷했으면 하는 사람. 조금 덜 무너졌으면 하는 사람.

그 마음은 가볍지 않다.
다만 마음이 무겁다고 해서, 모든 상품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근거가 약한 “뇌영양제”는 열심히 챙기면서, 정작 혈관을 위해 처방된 약은 무서워서 끊는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틴이다. 고지혈증 약이라고 부르는 그것. 이름부터 재미가 없다. 기억력 개선도 아니고, 두뇌 활력도 아니고, 맑은 아침도 아니다. 그냥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너무 재미없어서 오히려 의심스럽다.

하지만 뇌는 낭만보다 혈관에 더 자주 배신당한다.

스타틴을 치매 예방약처럼 부르면 그것도 과장이다. 다만 고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스타틴은 혈관을 지키기 위해 처방되는 약이고, 그 혈관의 문제는 뇌와도 무관하지 않다. 여러 연구는 스타틴 사용이 전체 치매, 일부에서는 혈관성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될 가능성을 보고하지만, 그 관계는 간단하지 않다. 적어도 부작용 괴담만으로 몰래 끊어버릴 만큼 가벼운 약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진료실에서는 이상한 교환이 벌어진다.

“이 뇌영양제는 계속 먹어도 되죠?”
“고지혈증 약은 오래 먹으면 안 좋다면서요?”
“스타틴 먹으면 근육 녹는다던데요.”
“치매 온다는 말도 있던데요.”

인터넷은 친절하게 겁을 준다. 부작용이라는 단어는 효능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근육통, 간 수치, 당뇨, 기억력 저하. 물론 부작용은 존재한다. 약은 부작용이 없는 물건이 아니라, 효과와 위험을 같이 들고 있는 물건이다. 문제는 위험을 읽는 방식이다. 2026년 《란셋》에 실린 대규모 이중눈가림 무작위 임상시험 메타분석은, 스타틴 제품 설명서에 적힌 많은 이상반응이 실제로 스타틴 때문에 더 많이 생긴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인지장애, 우울, 수면장애, 말초신경병증 같은 항목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사람은 숫자보다 괴담을 더 잘 기억한다.
특히 괴담이 내 불안을 대신 말해줄 때 그렇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콜린 알포세레이트를 “뇌에 좋다니까” 계속 먹고, 스타틴은 “몸에 안 좋다니까” 몰래 끊는다. 근거가 약한 약에는 관대하고, 근거가 있는 약에는 엄격하다. 이것은 무지가 아니라 심리다. 영양제는 나를 돌보는 느낌을 준다. 처방약은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영양제는 선택처럼 느껴지고, 약은 판결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판결보다 선택을 좋아한다. 설령 그 선택이 더 비싸고, 더 흐릿하고, 더 별것 아닐지라도.

건강 소비의 비극은 여기 있다.
우리는 몸에 좋은 것을 찾는 척하지만, 사실은 기분에 좋은 것을 고른다.

뇌영양제 한 통은 선물하기 쉽다. 스타틴을 꾸준히 먹는 일은 선물 포장이 되지 않는다. 부모님께 “이거 기억력에 좋대”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약을 자의로 끊지 말자”고 말하는 것은 재미없고 불편하다. 전자는 효도처럼 보이고, 후자는 잔소리처럼 들린다. 시장은 이 차이를 안다. 그래서 효도는 캡슐에 담고, 잔소리는 진료실에 남겨둔다.

기억력은 수면, 우울, 술,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외로움과 연결되어 있다. 하루 종일 화면을 넘기는 생활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팔기 어렵다. 잠을 자고, 술을 줄이고, 혈관 위험을 관리하고, 먹던 약을 마음대로 끊지 않고, 사람을 만나고, 움직이는 일. 이런 것들은 번쩍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 병에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은 가장 간편한 형태로 불안을 포장한다. 알약, 캡슐, 스틱, 젤리. 뇌는 복잡하지만 결제는 단순해야 한다. 소비자는 깊은 안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뭔가 하고 있다는 감각을 원한다. 부모님께 사드린 영양제는 효능 이전에 죄책감의 포장지이기도 하다. 자주 찾아뵙지 못한 마음, 통화 중 짜증을 낸 기억, 병원 동행을 미룬 오후. 그 모든 것을 한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낸다.

“엄마, 이거 뇌에 좋대.”

그 말에는 사랑도 있고, 미안함도 있고, 약간의 회피도 있다.

하지만 뇌는 우리가 믿고 싶은 방식으로만 늙지 않는다. 사람은 이름을 잊고도 어떤 냄새를 기억한다. 약속 날짜를 틀리고도 오래전 누군가의 말투를 기억한다. 방금 들은 말을 놓치고도 평생 묻어둔 서러움은 또렷하게 꺼낸다. 뇌는 계산기보다 변덕스럽고, 창고보다 고집스럽고, 때로는 주인보다 더 솔직하다.

그래서 뇌를 챙긴다는 말은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그 말은 어느 순간 사람을 챙긴다는 말보다 앞서 나간다. 부모의 기억력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정작 부모의 하루는 묻지 않는다. 자신의 집중력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잠을 줄이고 화면을 늘린다. 머리가 흐릿하다고 말하면서, 흐릿해질 수밖에 없는 생활은 그대로 둔다. 근거가 약한 약은 보험이 되느냐고 묻고, 근거가 있는 약은 부작용이 무섭다며 끊는다.

그 캡슐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대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뇌를 위한다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정작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억력은 구매 목록이 아니고, 노화는 배송으로 막을 수 없으며, 불안은 캡슐 모양을 하고 있어도 여전히 불안이라는 사실.

알약은 작다.
우리가 거기에 넣어두는 기대가 클 뿐이다.


1. Pyun JM. Effect of Choline Alfoscerate on the Progression From Mild Cognitive Impairment to Dementia: Distributed Network Analysis of a Multicenter Korean Database Using a Common Data Model. Dement Neurocogn Disord. 2024 Oct;23(4):202-211. 

2. Cholesterol Treatment Trialists' (CTT) Collaboration. Assessment of adverse effects attributed to statin therapy in product labels: a meta-analysis of double-blind randomised controlled trials. Lancet. 2026 Feb 14;407(10529):689-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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