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알부민 주사 좀 맞으면 안 될까요?”
예전에는 간경화 환자들이 주로 하던 말이었으나 요즘은 아니다.
간도 멀쩡하고 신장도 멀쩡한 사람이 알부민을 찾는다. 어떤 사람은 주사를 원하고, 어떤 사람은 영양제를 가져온다. 어떤 사람은 홈쇼핑에서 샀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잠시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알부민이 언제부터 이런 물건이 되었을까.
의사들에게 알부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환자실에도 있었고 병동에도 있었다. 간경화 환자가 대량 복수천자를 받았을 때 사용했고, 혈관 안 체액량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했다.
오래된 약이다. 너무 오래돼서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소방관이 소화기를 보며 감탄하지 않는 것처럼.
그런데 병원 밖으로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알부민은 어느새 면역력을 올려주고, 피로를 풀어주고, 활력을 채워주는 물질이 된다. 오래된 소화기가 빈티지 인테리어 소품으로 팔리는 장면을 보는 기분이다. 불을 끄라고 만든 물건인데, 이제는 분위기를 낸다고 한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병원 안의 알부민조차 만능약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환자에서 알부민 수액이 생리식염수 같은 더 저렴한 대안보다 사망률을 낮춘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코크란 리뷰 역시 저혈량증, 화상, 저알부민혈증 중환자에서 알부민이 사망률을 줄인다는 근거는 없다고 결론 낸 바 있다.
그러니까 이상한 일이다.
병원에서는 조심스럽게, 적응증을 따져, 때로는 비용과 근거를 고민하며 쓰는 물건이 병원 밖에서는 갑자기 활력의 상징이 된다. 의사는 “이 환자에게 지금 필요한가”를 묻는데, 시장은 “당신도 부족하지 않은가”를 묻는다.
알부민은 새로 발명된 것이 아니다.
새로 발명된 것은 알부민이 아니라, 알부민을 둘러싼 불안의 포장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알부민 결핍이다.
건강 산업은 새로운 약보다 새로운 결핍을 만드는 데 훨씬 능숙하다. 비타민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콜라겐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유산균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혈액검사 항목까지 상품이 된다.
사실 알부민 열풍의 핵심은 이름이다.
알부민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람들에게 묘한 권위를 갖고 있다. 혈액검사 결과지에 찍히고, 의사가 낮다고 말하면 표정이 굳어지는 수치다. 혈청 알부민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주요 혈장 단백질이고, 혈관 안 수분 유지와 여러 물질 운반에 관여한다.
하지만 낮아지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간 기능 저하, 신장이나 장을 통한 단백 소실, 염증, 영양 부족, 체액 희석 등이 뒤섞인다.
그러나 광고는 복잡한 원인 보다는 한 줄을 좋아한다.
“알부민이 부족하십니까? 알부민을 드세요.”
더 이상한 것은 먹는 알부민이다.
최근 식약처는 알부민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처럼 광고한 업체 9곳을 적발했다. 피로 회복, 간 기능 유지, 면역력 강화 같은 표현으로 약 18억 원 상당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제품들이 대부분 의약품 알부민이 아니라 난백알부민, 즉 달걀흰자 유래 단백질이라는 점이다. 이름은 같지만 사실상 다른 이야기다. 달걀흰자를 먹었다고 혈관 속 알부민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은 단백질을 그대로 흡수하지 않는다.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 등으로 분해한 뒤 이용한다. 알부민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혈액 속 알부민을 직접 보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애초에 주사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계란을 먹는다고 닭이 되지 않는다. 알부민을 먹는다고 혈액 속 알부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알부민은 원래 위기의 언어였다. 그런데 지금은 안심의 상품명이 되었다.
혈관 안에서 물을 붙잡던 단백질이, 이제는 사람들의 불안을 붙잡고 있다.
1. Roberts I, Blackhall K, Alderson P, Bunn F, Schierhout G. Human albumin solution for resuscitation and volume expansion in critically ill patient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1 Nov 9;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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